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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9

베어맨판타지 20화 - 얼굴에는 등신같은 미소가 번졌다.

망할. 키르타는 사실 약해빠진 놈이다. 나한테 당했던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 엔타와 함께 쭈구려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주위를 헨슨과 기사들이 둘러 싸고있다. 옆에 베트리아라고 했던 검은 여자도 서있다. 뒤편에 상인 무리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걸 보니 저들은 모른다. "심하게 다치게 하지 않았소." 내 실수다. 처음 본 놈이 이상한 짓 까지 했는데. "실력을 보려고 했는데 ... 근데 언제 한 명이 늘었소?" 안되겠다. 이상한 짓을 계속한다. "헨슨. 이상한 말 하지마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거기 두 사람이 죽던 말던 너를 죽이겠다." 인질의 목숨을 거래의 내용으로 삼아선 안된다. 아버지께 배웠다. "베어맨이라 했던가? 당신의 실력을 꼭 확인할 필요가 있소." 실력? 자꾸 이상한 말을 ..

카테고리 없음 2023.11.29

베어맨판타지 19화 - 멈출 생각이 없는 똥쟁이 놈

똥 싸러 갔던 기사 헨슨이 돌아왔다. 사라질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조용히 돌아왔다. 바람이 불고있지만 헨슨에게서 희미하게 땀 냄새와 피 냄새가 난다. 피 똥 쌋나? 그리고는 제자리에 조용히 다시 누웠다. 미세하게 숨소리가 거칠다. 오늘 밤은 잠 자긴 글렀나보다. 자는척 하고 있지만 지금 계속 깨어있다. 엔타는 완전히 곯아 떨어져있고 키르타와 크로타는 비슷하게 깨어있는 것 같다. 크로타는 그렇다치고 키르타 녀석은 생각보다 감이 좋은 녀석인 것 같다. 투기장에서 구르던 놈이라 그런지 실력도 있어 보이던데. 잠시 시간이 더 지나자 멀리서 짐승들의 발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당연히도 방향은 이쪽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집중했다. 어째서 조용히 다녀온거지? 상인 무리나 엔타처럼 평범한 인간은 알 수 없을 ..

베어맨판타지 17화 - 이 새끼 이거 아주 신나서 놀러 갈라고 작정했구만

이제 시작해야겠다. 떠나야 할 것 같다. "다 알테니 설명 안하마." 바위 위에 앉아 나를 보며 말씀하시는 아버지는 양 팔꿈치 아래가 없는데도 습관처럼 팔짱을 끼신다. 웃기네. "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양 팔도 없는데 이제 어쩌실꺼에요?" 걱정이 조금 된다. 지금은 늑대 부족과 함께 있지만 다시 곰 부족의 부락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너는 니가 해야 할 것만 신경써라. 넌 아직 족장이 아니니. 그건 족장인 내가 알아서 하마." 아버지는 진지하게 말하는 듯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띄고 계신다. 속이 후련하신가. "그래요. 어차피 지금도 저보다 강한 곰은 없지만 더 강해져서 돌아와 보도록 하죠." 이정도면 되겠지. 아 생각보다 나는 후련하지가 않다. 이런 저런 잡생각이 자꾸 든다. "팔 없는 나는 멀..

베어맨판타지 16화 - "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다! 그 이상 묻지 마라."

노스트리아 제국의 성문들이 혼란스러운 틈을타 우리는 조용히 제국을 빠져나왔다. "곰 부족 족장이여. 나중에 보세. 마무리 짓고 돌아가겠네." 크로크로는 제국과 조금 멀어진 곳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발 빠른 까마귀들이 아마 각 성문에서 난리를 피우는 부족민들에게 말을 전하러 가는 것일 것이다. "고맙습니다. 크로크로. 나중에 뵙겠습니다." 아베지가 대답하자 크로크로와 까마귀들은 빠르게 멀어져갔다. "어머니 무덤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늑대부족의 부락으로 가시죠."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면서 들은 얘기인데 이 꼬맹이는 죄수가 아니란다. 엔타리우스라고 했던가 왕의 동생이란다.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데 왕위 계승전에서 패배하고 지하감옥 최하층에서 거의 유배당하다 싶이 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베어맨판타지 15화 - 마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짐승 같았다

문을 열었다. 드디어 다 왔다. 왕이 보인다. 왕좌에 앉아있는 왕이. 내가 먼저와서 썰어버리려 했는데. 아버지가 오셨으니 아버지의 몫이다. 왕 앞의 신하들이 구석진 벽으로 기대어 움츠리는 모습이 어이가 없다. "경비대장! 경비대장은 어디있느냐!" 왕이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지른다. "베아툽. 경비대장이 오면 너에게 맡기마." 아버지의 표정은 변화가 없지만 왕을 노려보는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다. 더 이상 내 차례는 없겠다. "경비대장이요? 아까 내려와서 저한테 제국어로 뭐라고 소리지르는 자가 있던데." "지금 어디있느냐?" "죽였는데요." 순간 아버지가 옅게 웃음을 짓는 것 처럼 보였는데 착각이었나. "왕이여. 약속을 기억하는가?" 아버지가 제국어로 말씀하신다. 더 이상 주변을 경계할 필요도 없는 것 같..

베어맨판타지 014화 - 양 팔도 없는 사람이 주눅이 들지 않았네

왕의 옆에 서있던 경비대장의 곁에 한 병사가 다가왔다. "지금 최하층 지하감옥에서 죄수들이 탈옥했다고 합니다." 경비대장은 몇 가지 지시를 병사에게 전한 후 왕에게 다가갔다. 왕의 표정이 좋지 않아 말을 선뜻 건내기 어려웠다. "나도 들었다. 두 번 말하지 마라." 왕은 경비대장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경비대장은 지금 왕실 경비대 전원을 이끌고 왕궁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마주치는 모든 탈옥수들을 처형하라." 왕의 명령에 경비대장이 문을 나선 후 왕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 몸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누워만 있던 시체나 다름 없는 자가. 아닐 것이다. 그럴리가 없다.' 끝내 베아벡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었지만 왕의 마음속 깊은 한곳에는 불안이 남아 있었다. [왕궁 계단 어딘가] 크로크로가 보내준..

베어맨판타지 13화 - 제가 노예라뇨? 무슨 말씀이세요?

바닥에 널부러진 간수들의 시체 사이에 서있는 자들은 까마귀들이었다. 엔타리우스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들을 둘러봤다. 크로크로는 간수 중 한명의 품에서 열쇠를 꺼내 베아벡에게 다가갔다. 철창문이 열리고 베아벡이 감옥 밖으로 걸어 나왔다. 베아벡의 잘려나간 팔을 바라보던 크로크로는 손을 뻗어 붕대가 감겨진, 팔꿈치까지 밖에 남지 않은 베아벡의 팔을 부여잡았다. "곰 부족 족장이여. 고생... 많았네..."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떨림을 참고 있는 크로크로였다. "하하하. 늙으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크로크로여. 너무 늙은 것 아닌가.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베아벡은 고개를 돌려 엔타리우스를 바라보았다. "후계 다툼에서 밀려난 꼬맹아. 너의 왕은 곧 죽을 것이다. 또 후계 다툼에 뛰어들 생각이냐..

베어맨 판타지 12화 - 서있는 자들은 모두 죽여라

엔드리트 왕은 왕좌에 앉아 신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투기장에나 다시 가볼까." ​ 왕의 말에 몇몇 신하들이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 했으나 끝내 말을 꺼내는 자는 없었다. ​ "야만족이 강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말이야. 생각보다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단 말이지. 경비대장은 어찌 생각하느냐." ​ 입구에 서있던 큰 덩치의 병사가 입을 열었다. ​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 소문일 뿐 저에게 병사를 내어주시면 대삼림을 쓸어버리겠습니다." ​ 만족스러운 대답에 왕은 미소지었다. ​ "하하하하. 그건 재밌겠구나. 얼마나 내주면 ..." ​ 그때 왕궁의 문이 벌컥 열리며 병사 하나가 뛰어들어왔다. ​ "폐하! 야만족 무리들이 남쪽 성문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 왕은 신이난 표정으로 왕좌에서 벌떡 ..

베어맨 판타지 11화 - 저는 갇힌게 아니에요 아닌가

[노스트리아 제국 최하층 지하 감옥] ​ "아직도 그대로냐." ​ 왕은 지하 감옥에 갇혀있는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을 바라보았다. ​ "예. 이제 발작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지하 감옥을 관리하는 간수는 왕에게 대답한 후 감옥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 쇠창살 안쪽에는 베아벡이 누워있었다. 양 팔이 모두 잘린 상태였고 어깨에서 팔꿈치 까지만이 남아있었다. 수많은 병사를 투입하여 남은 팔을 잘라내고 살려두는 것이 더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듯이 이전의 커다란 몸은 쭈그러들어 뼈와 가죽만이 남아있었다.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초점을 잃은 눈에서는 그 어떤 생기도 보이지 않았다. ​ 잠시후. 마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짐승마냥 남은 양 팔과 다리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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