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옆에 서있던 경비대장의 곁에 한 병사가 다가왔다.
"지금 최하층 지하감옥에서 죄수들이 탈옥했다고 합니다."
경비대장은 몇 가지 지시를 병사에게 전한 후 왕에게 다가갔다. 왕의 표정이 좋지 않아 말을 선뜻 건내기 어려웠다.
"나도 들었다. 두 번 말하지 마라."
왕은 경비대장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경비대장은 지금 왕실 경비대 전원을 이끌고 왕궁의 계단을 내려가면서 마주치는 모든 탈옥수들을 처형하라."
왕의 명령에 경비대장이 문을 나선 후 왕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 몸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누워만 있던 시체나 다름 없는 자가. 아닐 것이다. 그럴리가 없다.'
끝내 베아벡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었지만 왕의 마음속 깊은 한곳에는 불안이 남아 있었다.
[왕궁 계단 어딘가]
크로크로가 보내준 까마귀들 덕분에 왕궁에 잠입하기가 수월했다. 저 붉은 가면 까마귀가 생각보다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론 지금 밖에서 난리를 쳐주는 동맹 부족들의 도움 역시 너무나 감사하다. 나중에 따로 고맙다고 전해야지. 들은 말로는 위층에 왕이 있다고 한다. 계단을 오르는데 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수가 제법 되는 것 같다.
"야만족이다! 죽여라!"
제일 앞에 서 있던 덩치 큰 녀석이 날 향해 소리친다. 감정을 잘 조절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왕에게 가까워지니 또 화가 치밀어 오른다.
등에 매달려 있던 도끼를 뽑아냈다. 계단 위에서 내려오는 병사들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아깝다. 앞의 세 놈을 한 번에 썰어버리려 했는데 두 놈만 썰려나갔다.
도끼를 휘두르다 보니 더 이상 남은 병사가 없다. 아까 소리지르던 녀석도 어렵지 않게 썰어냈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내가 내려가면서 싸울 차례인가보다.
"차기족장이여!"
아. 크로크로다. 옆에는 다른 까마귀 몇과 꼬마 죄수 하나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의 팔을 보니 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버지. 목숨을 던져 줄 것 처럼 하시더니 양 팔로 잘 끝내셨나 봅니다."
몸이 너무 말랐다. 또 화가 난다. 왕이란 놈은 대삼림의 부족장에게 밥도 안주나보다. 항상 먹는게 문제다.
"아들아. 건강해보이는구나. 이제 마무리 짓고 돌아가자. 안베아벡의 무덤에 가보고싶구나."
비쩍마르고 양 팔도 없는 사람이 전혀 주눅이 들지를 않았다.
내 아버지는 대삼림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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