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리아 제국의 성문들이 혼란스러운 틈을타 우리는 조용히 제국을 빠져나왔다.
"곰 부족 족장이여. 나중에 보세. 마무리 짓고 돌아가겠네."
크로크로는 제국과 조금 멀어진 곳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발 빠른 까마귀들이 아마 각 성문에서 난리를 피우는 부족민들에게 말을 전하러 가는 것일 것이다.
"고맙습니다. 크로크로. 나중에 뵙겠습니다."
아베지가 대답하자 크로크로와 까마귀들은 빠르게 멀어져갔다.
"어머니 무덤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늑대부족의 부락으로 가시죠."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면서 들은 얘기인데 이 꼬맹이는 죄수가 아니란다. 엔타리우스라고 했던가 왕의 동생이란다.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데 왕위 계승전에서 패배하고 지하감옥 최하층에서 거의 유배당하다 싶이 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듯 하다. 아버지의 말씀으로는 위대한 사냥에 데리고 가라고 하신다. 노예처럼 부려도 된다고 하시는데 너무 작고 약해보여 짐도 못 들것 같다.
"저...헉...헉... 조금만 쉬었다가 ..."
꼬맹이놈이 부족민들의 공용어를 유창하게 사용한다. 오 의외로 되게 도움이 될지도?
아버지를 보니 웃고 계신다. 아버지는 나를 놀릴 때 항상 즐거워 하신다. 아빠들은 왜 이런거죠?
"아마 지하에만 처박혀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녀석이라 그럴거다. 니가 업어줘라. 하하하하하하."
업어주는건 알겠는데요. 왜 웃으시는데요. 그래도 아버지의 저런 즐거운 웃음을 다시 보니 꼬맹이 하나 업고 가는건 뭐 별거아닌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걸어 늑대족의 부락으로 들어왔다. 간단하게 인사만을 전한 후에 곧장 어머니의 무덤으로 향했다.
무덤의 앞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잃어버린 양팔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무덤 앞에 앉으셨다.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연습이라도 하셨는가보다.
"저..."
꼬맹이가 부족민들의 언어로 말을 건다.
"왜?"
"죄송하지만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그러고보니 이녀석이랑 앞으로 같이 다녀야 하는데 지금부터 미리 위 아래를 잘 잡아놔야겠다.
"나는 대삼림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의 아들이자 차기 족장 베아툽이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저는 엔타리우스에요. 그런데 베아툽님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호칭없이?"
말에 자신감이 없다. 꼬맹이 녀석 남자로 만들어주마.
"맘대로해라. 엔타리우스. 너는 몇살이냐?"
"저는 13살이에요."
헉. 나보다 한 살 어렸다. 뭐야이거.
"베아툽님은 나이가 어찌되시나요?"
"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다! 그 이상 묻지 마라."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안난다. 잠깐 제국이랑 우리랑 나이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던가?
나이로 위아래를 정한다는 계획은 실패다. 역시 예상대로 되는 일은 잘 없다.
집중하면 아버지가 나지막히 어머니께 전하는 말씀을 들을 수 있다. 허나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내가 듣길 바라시면 나에게 잘 들리도록 하시겠지. 얼핏얼핏 들리는 바로는 그저 미안해요는 말이 자꾸 나온다. 괜찮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의지로 어머니께 말을 전하시는 중이다.
"아버지께 어디까지 들었냐?"
"긴 여행을 떠나신다고 들었습니다. 노예...가 아니라 친구처럼 같이 여행하면 된다고 하시던데요."
분명 노예로 따라다니라고 하셨을 꺼다. 뭐 노예로 쓸 정도로 몸이 튼튼하지 않으니 상관없다. 튼튼한 노예가 있다면 좋겠지만.
"위대한 사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위대한 사냥터를 다녀오면 어엿한 전사로 인정받는다."
"사냥터요? 어디에 있는데요?"
생각보다 아는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사냥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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