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었다.
드디어 다 왔다. 왕이 보인다. 왕좌에 앉아있는 왕이. 내가 먼저와서 썰어버리려 했는데. 아버지가 오셨으니 아버지의 몫이다.
왕 앞의 신하들이 구석진 벽으로 기대어 움츠리는 모습이 어이가 없다.
"경비대장! 경비대장은 어디있느냐!"
왕이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지른다.
"베아툽. 경비대장이 오면 너에게 맡기마."
아버지의 표정은 변화가 없지만 왕을 노려보는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다. 더 이상 내 차례는 없겠다.
"경비대장이요? 아까 내려와서 저한테 제국어로 뭐라고 소리지르는 자가 있던데."
"지금 어디있느냐?"
"죽였는데요."
순간 아버지가 옅게 웃음을 짓는 것 처럼 보였는데 착각이었나.
"왕이여. 약속을 기억하는가?"
아버지가 제국어로 말씀하신다. 더 이상 주변을 경계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그...그래! 약초를 우리에게 바친다고 하였느냐? 좋다. 그 약속 받아주겠노라!"
뭐가 저리 당당하지. 아무래도 제국어든 대륙 공용어든 꼭 배워야겠다.
"약속대로 혓바닥을 잘라내주마!"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이 소리를 질렀다. 왕이 대꾸를 하기도 전에 베아벡의 몸은 엔타리우스의 벨트로 향했다.
베아벡은 벨트에 꽂혀있던 하얀 뼈로 만든 것 같은 단검을 입으로 빼내 물었다.
단검을 입에 물자 놀란 왕은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뽑아 들어 자세를 취해 휘두르려 했다.
베아벡이 왕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마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짐승마냥 남은 양 팔과 다리를 마구잡이로 휘저으며 순식간에 왕의 곁으로 다가갔다.
왕이 뽑은 검이 내리쳐지면서 베아벡의 어깨에 닿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올랐다.
서로의 칼이 서로의 몸에 박혀들어갔다.
왕의 칼은 베아벡의 어깨에 박힌채 멈췄고 베아벡이 입에 물고있던 하얀 단검은 왕의 얼굴을 뚫고 박혀 있었다.
베아벡은 잇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머금고 왕에게 나지막히 말을 전했다.
"처절하게 발버둥치지 말고 그냥 죽어가거라."
왕의 눈에 핏발이 섰으나 그는 말을 할 수 없었고 천천히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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