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키르타는 사실 약해빠진 놈이다.
나한테 당했던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 엔타와 함께 쭈구려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주위를 헨슨과 기사들이 둘러 싸고있다.
옆에 베트리아라고 했던 검은 여자도 서있다. 뒤편에 상인 무리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걸 보니 저들은 모른다.
"심하게 다치게 하지 않았소."
내 실수다. 처음 본 놈이 이상한 짓 까지 했는데.
"실력을 보려고 했는데 ... 근데 언제 한 명이 늘었소?"
안되겠다. 이상한 짓을 계속한다.
"헨슨. 이상한 말 하지마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거기 두 사람이 죽던 말던 너를 죽이겠다."
인질의 목숨을 거래의 내용으로 삼아선 안된다. 아버지께 배웠다.
"베어맨이라 했던가? 당신의 실력을 꼭 확인할 필요가 있소."
실력? 자꾸 이상한 말을 한다. 이제 더 이상은 안될것 같다.
도끼를 땅에 내려놨다. 잘 모르겠지만 죽이는 것 까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베아툽은 곧장 앞으로 튀어나갔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고 기사들 몇몇이 앞을 가로 막으려 했으나 오히려 튕겨져 나갔다.
처음부터 다른 기사들은 안중에도 없던 듯이 곧장 헨슨에게로 달려든 베아툽이 주먹을 휘둘렀다.
여유롭던 표정이 사라진 헨슨이 몸을 틀어 주먹을 피해냈지만 곧이어 끊임없이 주먹이 휘둘러졌다.
베트리아는 순간 모습을 놓쳐 멍하니 있다가 다급히 양손을 자신의 가슴 앞에 모으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베아툽은 끊임없이 주먹을 날렸고 뒤로 물러나며 피하던 헨슨은 더 이상 피하지 못하고 손을 올려 주먹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헨슨의 손이 점점 엉망이 되어가며 얼굴 표정도 엉망이 되었다.
그때 기도를 하던 베트리아가 헨슨을 향해 손을 뻗자 밟은 빛의 기운이 헨슨의 몸을 감싸며 엉망이 된 손이 점차 회복되었다.
'마술같은건가? 실제로는 처음보는데.'
베아툽은 다시 달려들 태세를 취했으나 헨슨이 이를 저지했다.
"그만! 실력은 알겠소. 설명하겠으니 멈춰주시오."
헛소리 하기만 해봐라. 곧장 죽여주마.
"신탁이 있었소."
헨슨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상인들을 살피는 것을 보니 아마 저들은 정말 아무 관련이 없나보다.
베트리아는 미드리네 제국에서 신을 섬기는 고위 사제라고 한다. 아마도 곰을 숭배하거나 하는 것과 같이 어떤 대상을 숭배하는 집단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미신이 아니라 신탁이 내려오기도 하는 진짜라는 것이다. 물론 이해하기 힘들지만 아까 헨슨의 팔을 회복시킨 이상한 빛줄기가 모시는 신의 힘의 빌어온 것이라 설명하니 이해가 안되도 어쩔 수 없다. 그런거다.
"그래서 그 신탁이 우리랑 무슨 관련이지?"
나의 질문에 헨슨은 신탁의 내용을 알려주었는데 그 내용은 세상에 어둠이 내려올 것이고 그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빛 무리가 모여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게 우리랑 무슨 관련이냐고."
"당신도 빛 무리일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확인하려 하였소."
그러니까 실력 확인이라는 말이 용사 뭐 이런거 말하는 건가?
"왜 내가 빛 무리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거지?"
헨슨의 대답은 내가 어느정도 수긍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는 분명 호위라고 불린자는 강해보임에도 오히려 그가 호위하고 있다고 하는 엔타가 다가와서 말을 거는 점이나 호위 대상이 호위에게 예의를 차린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그건 그냥 이상한 무리인거지 신탁씩이나 되는 거창한 것의 빛 무리라는..."
"나 헨슨은 미드리네 제국 제1기사단 단장이오."
뭔소리 하는거야. 어쩌라는 거지.
"대륙을 통틀어 나보다 강한 자는 거의 없단 말이지."
아. 그러니까 대륙에서 알아주는 엄청 강한 놈이 보기에 강해보이는 놈이니 용사같은 것 일 수도 있다 뭐 이런 말인가?
하... 이건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렇다고 아무나 막 이렇게 ..."
"난 분명히 심하게 다치게 하지 않았다고 했소. 그리고 나를 해하게 되면 그대의 부족도 곤란해질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다만."
이건 뭐 협박이야 뭐야. 갑자기 귀찮아졌다.
"나는 대삼림의 부족에서 그대들의 말로는 성인식을 치르는 부족원일 뿐이야."
몸을 돌려 키르엔타에게로 다가갔다. 두 사람의 표정이 꼭 설명해 보라는 것 같은데... 꼬인다 꼬여.
헨슨과의 대화를 엔타가 키르타에게 전하자 키르타의 얼굴이 구겨졌다.
"형님. 키르타가 말하길 자기는 억울하다는데요."
진놈이 변명은. 억울은 무슨 억울이야.
"형님이 저를 지키라고 하셨다면서요? 키르타는 저를 다치지 않게 지켰다고 합니다. 그냥 넘어가자니 억울하다는데요."
아. 그러니까 자기는 내 명령을 다 따랐는데 부상입은 채로 물러나기가 억울하다? 뭐 복수해달라는 건가.
"엔타. 키르타에게 전해. 니가 약해서 그리된 것이라고. 남의 힘을 빌려 억울함을 풀려 하지 말라고."
엔타의 말을 들은 키르타의 얼굴에 잠시 분노가 올라오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대신에 오늘부터 내가 직접 매일 시간을 내서 상대해주겠다고도 전해."
푹 숙여졌던 고개는 빠른 속도로 다시 올라왔고 얼굴에는 등신같은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