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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배어맨판타지 19

베어맨판타지 - 9화

쉼없이 달리던 크로크로가 중얼거렸다. "늦지 않아야 할텐데..." ​ 곰부족의 차기 족장이 될 녀석은 굉장히 특이하다. 이제껏 봐온 어느 부족원들보다 빠르게 커간다. 육체의 성장을 정신이 따라잡지 못해 문제가 생길 것을 방지하려고 그동안 모든 부족민들도 그러하였고 까마귀 부족인 나조차도 그를 항상 어린애처럼 대했다. 정신적으로 어린 자가 큰 힘을 지니면 자칫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곰부족 족장과 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제까지 잘 해왔는데 우리가 너무 안일했던 듯 하다. ​ 눈앞에 곰같은 녀석이 주저앉아있다. 베아툽이다. ​ "애기곰이여. 지금은 이럴 때가..." ​ 순간 튀어오른 베아툽이 크로크로의 얼굴을 후려쳤다. 검은 깃털옷의 까마귀는 그대로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 떨리는 몸을..

베어맨판타지 - 8화

"어머니 그런데 갑자기 왜 이동하라는 겁니까? 혹시 아시나요?" ​ "글쎄요. 족장은 강한 남자이니 걱정마세요. 무슨 생각이 있겠죠." ​ 어머니를 업고 서쪽으로 이동 중이다. 내가 알기로 서쪽에는 늑대 부족이 있는데 까마귀 부족과 더불어 우리와 친하다. ​ 대삼림의 부족들은 공통적으로 강인한 육체를 타고난다. 그와 별개로 키라던가 팔 길이라던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추앙하는 동물도 아마 그러한 신체적 특징들에 따른 것 같다. 우리 곰 부족은 부족민 전원이 큰 덩치와 강한 힘을 타고난다. 커다란 곰의 발을 따라 우리도 커다란 도끼를 주로 다룬다. 서쪽으로 더 멀리 가면 뱀 부족이 있다고 하는데 그 부족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팔 다리가 길다나? 근데 그래 봤자 무기보다 길지 않으니 별 상관이..

베어맨판타지 - 7화

새의 탈을 쓰고 까만 깃털 옷을 입은 한 형상이 높은 나무 위에 쭈구려 앉아 있었다. ​ 그 형상은 삼림과 사막의 경계부에서 사막쪽으로 향하는 작은 불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 불 빛은 다시 숲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꺼졌다. ​ 크로크로는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외쳤다. ​ "까마귀 부족은 지금부터 전력으로 곰 부족을 이동시킨다!" ​ 바닥에 내려오자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리더니 검은 형체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크로크로가 뛰기 시작하자 주변에 다른 까마귀들이 따라 붙었다. ​ "둘은 크게 돌아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라. 하나는 베아툽과 안베아벡을 찾아 아무것도 모르게하고 발걸음만 재촉해라!" ​ 이어 주변의 까마귀들도 모두 사라졌다. ​ '이번 왕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가보구나 ...'..

베어맨판타지 - 6화

족장 베아벡은 불 붙인 나무를 들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병사들 앞에 섰다. 병사들 가운데는 나무로된 의자에 앉아 과일을 집어먹고 있는 왕이 보였다. "왔는가. 야만족이여." ​ "곰부족 족장의 아내를 싸움 노예로 썼으니 그 댓가였다고 생각하시오." ​ 베아벡의 말에 엔드리트 4세는 웃으며 답했다. ​ "여자 하나의 목숨과 제국 병사 수십의 목숨이 같단 말이냐?" ​ 베아벡은 불 붙인 나무를 땅에 꽂으며 등 뒤의 도끼를 꺼냈다. 수 많은 병사들은 이를 보고 창을 들어 올렸다. ​ "난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이다. 곰 부족이 구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동물과 약초를 1년 동안 최대한 많이 가져다 주겠다." ​ 엔드리트 4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아벡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그 도끼를 휘두르는 오른팔. 오른팔..

베어맨판타지 - 5화

밖이 어수선하다. 소리를 들어보니 누가 왔나보다. 막집을 나서니 나와 아버지가 썰었던 병사들과 비슷한 차림의 인간들이 보였다. 제일 앞의 녀석이 긴 종이를 펼쳐들고 뭐라 떠들고 있었다. 아직 한밤인데. 아마도 목숨 값이나 뭐 그런거겠지. 보통 대륙의 녀석들은 삼림 안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도 위대한 사냥을 떠나는 소수의 부족민을 제외하고는 삼림 밖을 나가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달라서 섞이기 힘들다나 뭐라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난 부족에 불만이 많다. 날 어린애 취급하면서 뭘 가르치려 할 때는 가리지 않고 다 가르치려 든다. 흥. 아버지가 대륙 공용어로 뭐라고 말을 전하자 그들은 물러났다. "아버지, 어쩌실건가요?" 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 말씀하셨다. "부족장의 여자를 싸움 노예로 ..

베어맨판타지 - 4화

"이제 어쩌실 겁니까?" ​ 아버지와 숲을 걸으며 물었다. 그도 그럴게 기병대 두 무리를 도륙내놨으니. ​ "너는 걱정하지 마라. 족장인 내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 또 시작이다. 나 말고도 아직 위대한 사냥을 떠나지 않은 자들이 많은데도 나에게만 유독 어린애 취급이다. ​ "걱정이라뇨. 궁금해서 물어본겁니다. 고작 저런놈들이 뭐가 걱정이 되겠습니까." ​ 아버지가 나를 쏘아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모른척했다. ​ "너는 항상 그게 문제다. 차기 족장이 될 녀석이 어찌 그리 ..." ​ "예 예 알겠습니다. 좀 더 주의할께요." ​ 그렇게 더 걷다보니 부족에 도착했다. ​ 부족민 중 하나가 인사했다. ​ "족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 "안베아벡은?" ​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아버지에게 곧장 ..

베어맨판타지 - 3화

어렴풋하게 보이는 형상이 묘했다. ​ 모래먼지 사이로 아버지의 형상이 보인다. 열심히 뛰고 계시는구만. ​ 우리가 아무리 빨라도 말보다 빠를 순 없다. 아버지도 그러하다. ​ 추격해오는 기병대의 선두가 아버지를 따라 잡을 때 쯤이면 아버지는 뛰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 그리고 맨 앞의 기병을 병사째로 뒤집어 엎으셨다. 아버지답다. ​ 그렇게 몇몇이 난장판이 되면 그틈에 아버지는 또 죽어라 뛰고 계신다. 참 머리 좋은 분이다. ​ 형상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생각보다 어렵게 빠져 나오신 듯 하다. 화살이 어떻게 몸에 박혔지? ​ 이제 슬슬 아버지와의 거리가 제법 가깝다. 눈이 마주칠 때 쯤. ​ 땅에 꽂혀있던 도끼 한 자루를 뽑아올려 모래먼지 무리에게 집어 던졌다. ​ 곧장 남은 도끼 한 자루를 뽑아..

베어맨판타지 - 2화

혀끝에서부터 뇌로 전해지는 연한 철분의 맛이 느껴졌다. 역시 아버지의 도끼나 내 도끼나 맛은 비슷하다. 크기만 좀 다르지. 투기장에서부터 어머니를 목에 메고 도끼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뛰어가니 힘이 든다. 이 사막에 왜 모여 사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남쪽의 대삼림이 훨씬 살기 좋다고 생각한다. 시원한 그늘에 강물에 과일에 동물에.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이제 숲이 보인다. 다왔다. “어머니. 다와갑니다. 밥 먹읍시다. 조금만 버티세요.” 가능한 상체는 고정시키고 다리만 움직여 뛰고있으니 내 상체에 메달려 있는 어머니는 그래도 버틸만 하시겠지. 이제 정말 숲의 입구에 도착했다. 메말라 있던 사막의 땅에선 풀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앞에는 나무도 보인다. 이 무성한 나무를 시작으로 삼림으로 들어갈 수 ..

베어맨판타지 - 1화

생각보다 큰 크기에 놀랐다.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사람도 많았다. 관객석 제일 뒤에서 보니 더 커보이는건가. 이런 둥근 형태의 투기장에서 벌어지는 쌈박질을 보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은 몰랐다. “아들아. 적당한 때에 데리고 돌아가자. 가능한 조용히 가고 싶구나.” 옆에서 아버지가 나지막히 말씀하셨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보다 더 키가 커서 미묘하게 내려다보게 되는 것 같다. “어머니는 만족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투기장 가운데에는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가녀린 쪽이 어머니란다. 투구를 뒤집어쓰고 전신에 가죽 갑옷 같은 것을 둘러서 얼핏 보기에는 성별 구분이 안된다. 투기장의 제일 상석에는 노스트리아 제국의 귀족들로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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