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탈을 쓰고 까만 깃털 옷을 입은 한 형상이 높은 나무 위에 쭈구려 앉아 있었다.
그 형상은 삼림과 사막의 경계부에서 사막쪽으로 향하는 작은 불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 빛은 다시 숲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꺼졌다.
크로크로는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외쳤다.
"까마귀 부족은 지금부터 전력으로 곰 부족을 이동시킨다!"
바닥에 내려오자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리더니 검은 형체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로크로가 뛰기 시작하자 주변에 다른 까마귀들이 따라 붙었다.
"둘은 크게 돌아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라. 하나는 베아툽과 안베아벡을 찾아 아무것도 모르게하고 발걸음만 재촉해라!"
이어 주변의 까마귀들도 모두 사라졌다.
'이번 왕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가보구나 ...'
까마귀 부족은 태생적으로 빨랐다. 육체도 그렇고 주변을 파악하는 능력까지 빨랐기에 삼림 전체와 여러 제국들에 몰래 퍼져나가 이런 저런 정보들을 모으는 것이 부족의 입지를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최근들어 정신나간 인간이 일이키는 사고들에 대한 정보다 잦았는데 노스트리아 제국의 왕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듯한 낌새가 보였다.
노스트리아 제국은 작지만 나름 속이 꽉찬 제국이었다. 역대 왕들은 모두 자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고, 이번 왕도 약 십 년 전 까지는 현왕이라 불렸다. 허나 갑작스레 기행을 일삼기 시작했다는 정보가 까마귀 부족에 들려왔고 이 때문에 서쪽 삼림에서 가장 가까운 노스트리아 제국에 까마귀들을 더 많이 보내둔 상태였다.
크로크로는 그렇게 한참을 달려나가다 인기척을 느끼고 멈춰섰다.
"베아툽은 어쩌고?"
물음에 답하듯 앞쪽에서 까마귀 하나가 나타났다.
"그게... 지금 멈춰있습니다."
"멈춰? 왜? 더 빨리 재촉하지 않고?"
"독이 생각보다 강했던 듯 합니다... 어서 가보셔야 ..."
"늑대들이 어디쯤 와있는지 살펴라."
까마귀는 곧장 나무사이로 사라졌고 크로크로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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