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하게 보이는 형상이 묘했다.
모래먼지 사이로 아버지의 형상이 보인다. 열심히 뛰고 계시는구만.
우리가 아무리 빨라도 말보다 빠를 순 없다. 아버지도 그러하다.
추격해오는 기병대의 선두가 아버지를 따라 잡을 때 쯤이면 아버지는 뛰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리고 맨 앞의 기병을 병사째로 뒤집어 엎으셨다. 아버지답다.
그렇게 몇몇이 난장판이 되면 그틈에 아버지는 또 죽어라 뛰고 계신다. 참 머리 좋은 분이다.
형상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생각보다 어렵게 빠져 나오신 듯 하다. 화살이 어떻게 몸에 박혔지?
이제 슬슬 아버지와의 거리가 제법 가깝다. 눈이 마주칠 때 쯤.
땅에 꽂혀있던 도끼 한 자루를 뽑아올려 모래먼지 무리에게 집어 던졌다.
곧장 남은 도끼 한 자루를 뽑아들고 모래먼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오늘따라 모래먼지에 자주 달려든다.
날아간 도끼는 아버지를 지나 뒤에 따라오던 기병무리에 부딪혔다.
날아오는 도끼를 확인한 아버지는 그대로 몸을 돌려 기병 무리 속으로 달려들었다.
인간과 말의 조각이 널부러진 난장판 사이에 꽂힌 도끼를 들어올린 아버지가 도끼를 휘두른다.
휘두를 때 마다 한 두 마리 혹은 한 두 명씩 갈라져 나갔다.
나도 곧 합세해서 같이 도끼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누렇던 사막 바닥은 붉게 변했고 따라오던 기병대 무리는 모두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벌써 힘들어하시는 걸 보니 많이 늙으셨나봅니다."
멀리서 또 다른 무리가 오고 있는지 모래먼지가 보였다. 오늘로 세번째다.
"크로크로는?"
"꼬리 다 자르고 아버지와 둘이 돌아가겠다 전했습니다."
아버지의 몸 이곳저곳에 작은 상처들이 보였다.
"대단한 화살이었나 봅니다."
아버지는 박힌 화살 하나를 부러트리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느새 모래먼지는 가까워졌고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앞으로 나섰다.
"제...제국의 병사들을 ..."
널부러진 덩어리들을 보며 얼굴이 허옇게 질린채 말을 절었다.
"정리하자."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아버지는 도끼를 들고 뛰어 나갔다. 나도 곧장 뒤를 따랐다.
수십의 기병 속에서 도끼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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