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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맨판타지 19

베어맨 판타지 11화 - 저는 갇힌게 아니에요 아닌가

[노스트리아 제국 최하층 지하 감옥] ​ "아직도 그대로냐." ​ 왕은 지하 감옥에 갇혀있는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을 바라보았다. ​ "예. 이제 발작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지하 감옥을 관리하는 간수는 왕에게 대답한 후 감옥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 쇠창살 안쪽에는 베아벡이 누워있었다. 양 팔이 모두 잘린 상태였고 어깨에서 팔꿈치 까지만이 남아있었다. 수많은 병사를 투입하여 남은 팔을 잘라내고 살려두는 것이 더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듯이 이전의 커다란 몸은 쭈그러들어 뼈와 가죽만이 남아있었다.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초점을 잃은 눈에서는 그 어떤 생기도 보이지 않았다. ​ 잠시후. 마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짐승마냥 남은 양 팔과 다리를 마..

베어맨판타지 - 10화

머리가 지끈거린다. 뭐하고 있었더라. ​ 기억 속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어머니가 내 품에서 웃으시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 눈을 떠보니 처음보는 막집 안이다. ​ "차기 족장이여. 일어나셨는가." ​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 고개를 돌려보니 막집 구석 의자에 크로크로가 앉아 있었다. ​ "기억이 나질 않는데 어머니는 어디계십니까." ​ 확인해야한다. 이게 진짜인지. ​ "밖에서 장례를 준비 중이라네." ​ 눈을 감았다. 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들이 떠오른다.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못했는데. ​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 눈을 뜰 수가 없다. ​ "꼭 말로해야 대답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베어맨판타지 - 9화

쉼없이 달리던 크로크로가 중얼거렸다. "늦지 않아야 할텐데..." ​ 곰부족의 차기 족장이 될 녀석은 굉장히 특이하다. 이제껏 봐온 어느 부족원들보다 빠르게 커간다. 육체의 성장을 정신이 따라잡지 못해 문제가 생길 것을 방지하려고 그동안 모든 부족민들도 그러하였고 까마귀 부족인 나조차도 그를 항상 어린애처럼 대했다. 정신적으로 어린 자가 큰 힘을 지니면 자칫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곰부족 족장과 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제까지 잘 해왔는데 우리가 너무 안일했던 듯 하다. ​ 눈앞에 곰같은 녀석이 주저앉아있다. 베아툽이다. ​ "애기곰이여. 지금은 이럴 때가..." ​ 순간 튀어오른 베아툽이 크로크로의 얼굴을 후려쳤다. 검은 깃털옷의 까마귀는 그대로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 떨리는 몸을..

베어맨판타지 - 8화

"어머니 그런데 갑자기 왜 이동하라는 겁니까? 혹시 아시나요?" ​ "글쎄요. 족장은 강한 남자이니 걱정마세요. 무슨 생각이 있겠죠." ​ 어머니를 업고 서쪽으로 이동 중이다. 내가 알기로 서쪽에는 늑대 부족이 있는데 까마귀 부족과 더불어 우리와 친하다. ​ 대삼림의 부족들은 공통적으로 강인한 육체를 타고난다. 그와 별개로 키라던가 팔 길이라던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추앙하는 동물도 아마 그러한 신체적 특징들에 따른 것 같다. 우리 곰 부족은 부족민 전원이 큰 덩치와 강한 힘을 타고난다. 커다란 곰의 발을 따라 우리도 커다란 도끼를 주로 다룬다. 서쪽으로 더 멀리 가면 뱀 부족이 있다고 하는데 그 부족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팔 다리가 길다나? 근데 그래 봤자 무기보다 길지 않으니 별 상관이..

베어맨판타지 - 7화

새의 탈을 쓰고 까만 깃털 옷을 입은 한 형상이 높은 나무 위에 쭈구려 앉아 있었다. ​ 그 형상은 삼림과 사막의 경계부에서 사막쪽으로 향하는 작은 불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 불 빛은 다시 숲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꺼졌다. ​ 크로크로는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외쳤다. ​ "까마귀 부족은 지금부터 전력으로 곰 부족을 이동시킨다!" ​ 바닥에 내려오자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리더니 검은 형체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크로크로가 뛰기 시작하자 주변에 다른 까마귀들이 따라 붙었다. ​ "둘은 크게 돌아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라. 하나는 베아툽과 안베아벡을 찾아 아무것도 모르게하고 발걸음만 재촉해라!" ​ 이어 주변의 까마귀들도 모두 사라졌다. ​ '이번 왕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가보구나 ...'..

베어맨판타지 - 6화

족장 베아벡은 불 붙인 나무를 들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병사들 앞에 섰다. 병사들 가운데는 나무로된 의자에 앉아 과일을 집어먹고 있는 왕이 보였다. "왔는가. 야만족이여." ​ "곰부족 족장의 아내를 싸움 노예로 썼으니 그 댓가였다고 생각하시오." ​ 베아벡의 말에 엔드리트 4세는 웃으며 답했다. ​ "여자 하나의 목숨과 제국 병사 수십의 목숨이 같단 말이냐?" ​ 베아벡은 불 붙인 나무를 땅에 꽂으며 등 뒤의 도끼를 꺼냈다. 수 많은 병사들은 이를 보고 창을 들어 올렸다. ​ "난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이다. 곰 부족이 구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동물과 약초를 1년 동안 최대한 많이 가져다 주겠다." ​ 엔드리트 4세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아벡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그 도끼를 휘두르는 오른팔. 오른팔..

베어맨판타지 - 5화

밖이 어수선하다. 소리를 들어보니 누가 왔나보다. 막집을 나서니 나와 아버지가 썰었던 병사들과 비슷한 차림의 인간들이 보였다. 제일 앞의 녀석이 긴 종이를 펼쳐들고 뭐라 떠들고 있었다. 아직 한밤인데. 아마도 목숨 값이나 뭐 그런거겠지. 보통 대륙의 녀석들은 삼림 안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도 위대한 사냥을 떠나는 소수의 부족민을 제외하고는 삼림 밖을 나가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달라서 섞이기 힘들다나 뭐라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난 부족에 불만이 많다. 날 어린애 취급하면서 뭘 가르치려 할 때는 가리지 않고 다 가르치려 든다. 흥. 아버지가 대륙 공용어로 뭐라고 말을 전하자 그들은 물러났다. "아버지, 어쩌실건가요?" 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 말씀하셨다. "부족장의 여자를 싸움 노예로 ..

베어맨판타지 - 4화

"이제 어쩌실 겁니까?" ​ 아버지와 숲을 걸으며 물었다. 그도 그럴게 기병대 두 무리를 도륙내놨으니. ​ "너는 걱정하지 마라. 족장인 내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 또 시작이다. 나 말고도 아직 위대한 사냥을 떠나지 않은 자들이 많은데도 나에게만 유독 어린애 취급이다. ​ "걱정이라뇨. 궁금해서 물어본겁니다. 고작 저런놈들이 뭐가 걱정이 되겠습니까." ​ 아버지가 나를 쏘아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모른척했다. ​ "너는 항상 그게 문제다. 차기 족장이 될 녀석이 어찌 그리 ..." ​ "예 예 알겠습니다. 좀 더 주의할께요." ​ 그렇게 더 걷다보니 부족에 도착했다. ​ 부족민 중 하나가 인사했다. ​ "족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 "안베아벡은?" ​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아버지에게 곧장 ..

베어맨판타지 - 3화

어렴풋하게 보이는 형상이 묘했다. ​ 모래먼지 사이로 아버지의 형상이 보인다. 열심히 뛰고 계시는구만. ​ 우리가 아무리 빨라도 말보다 빠를 순 없다. 아버지도 그러하다. ​ 추격해오는 기병대의 선두가 아버지를 따라 잡을 때 쯤이면 아버지는 뛰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 그리고 맨 앞의 기병을 병사째로 뒤집어 엎으셨다. 아버지답다. ​ 그렇게 몇몇이 난장판이 되면 그틈에 아버지는 또 죽어라 뛰고 계신다. 참 머리 좋은 분이다. ​ 형상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생각보다 어렵게 빠져 나오신 듯 하다. 화살이 어떻게 몸에 박혔지? ​ 이제 슬슬 아버지와의 거리가 제법 가깝다. 눈이 마주칠 때 쯤. ​ 땅에 꽂혀있던 도끼 한 자루를 뽑아올려 모래먼지 무리에게 집어 던졌다. ​ 곧장 남은 도끼 한 자루를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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