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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맨 판타지 11화 - 저는 갇힌게 아니에요 아닌가

ZPJ 2023. 11. 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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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리아 제국 최하층 지하 감옥]

"아직도 그대로냐."

왕은 지하 감옥에 갇혀있는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을 바라보았다.

"예. 이제 발작을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하 감옥을 관리하는 간수는 왕에게 대답한 후 감옥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쇠창살 안쪽에는 베아벡이 누워있었다. 양 팔이 모두 잘린 상태였고 어깨에서 팔꿈치 까지만이 남아있었다. 수많은 병사를 투입하여 남은 팔을 잘라내고 살려두는 것이 더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듯이 이전의 커다란 몸은 쭈그러들어 뼈와 가죽만이 남아있었다.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초점을 잃은 눈에서는 그 어떤 생기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후. 마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짐승마냥 남은 양 팔과 다리를 마구잡이로 휘젓기 시작했다. 남은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키고 악다문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얼마간의 허우적거림이 끝나자 온몸이 땀에 젖은채 다시 축 늘어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야만족의 강함은 다 헛소문이었나 보구나. 곰 부족 족장 베아벡이여. 그냥 그대로 처절하게 발버둥치다 죽어가거라."

왕은 귀찮은 벌레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베아벡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왕을 위해 나열해 있던 여러 간수들 중 유독 작고 어린 간수 하나를 바라보았다.

"엔타리우스. 너는 발버둥도 치지 않느냐."

왕은 잠시 소년 간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지하 감옥의 입구로 걸어갔다.

"이제는 음식을 주지 말라. 그냥 죽게 두거라. 재미가 없구나."

말을 마치며 걸어나가는 왕을 간수들이 따라 나섰다.

엔타리우스라고 불린 소년 간수만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엔타리우스는 철창 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예전에 왕은 저렇지 않았어요."

엔타리우스는 품에서 계란과 빵조각을 꺼내 베아벡의 감옥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마 왕위 다툼이 괴물을 만들었나봐요."

베아벡의 감옥 앞에 쭈구려 앉으며 혼잣말을 이어나갔다.

그때 베아벡의 고개가 천천히 엔타리우스 쪽으로 돌아갔다.

"너는 왕과 무슨 관계냐."

엔타리우스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베아벡이 말을 걸어오자 놀라며 대답했다.

"혀...형이에요. 말 할 수 있었어요?"

베아벡은 다시 고개를 돌려 천장을 응시했다.

"형은 왕좌에 앉아있고 동생은 지하감옥에 갇혀있구나."

"저는 갇힌게 아니에요... 아닌가... 갇혀있는 거나 다름없긴 하네요."

잠시후 간수 몇이 돌아왔고 철창 앞에 쭈구려 앉아있던 엔타리우스를 걷어찼다.

"왕께서 음식을 주지 말라 명하셨는데. 니가 아직도 왕위 후보인줄 아는가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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