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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키운 인내심

ZPJ 2023. 11. 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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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갔었습니다. 하필이면 그 때가 코로나 대란 때였기 때문이죠.

 

와이프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정확히는 집안에만 있는 것을 싫어하죠. 가까운 마트에 나갔다 오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신혼여행을 국내로 다녀왔다는 것이 와이프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는데, 사람이 간절하면 이루게 되나 봅니다.

 

제가 운영하고있는 가게가 5년을 주기로 리모델링을 해야하는데 마침 10일짜리 리모델링 계획이 잡히게 되고 와이프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괌 여행을 설계합니다.

 

그러고 보면 와이프도 원하는 것은 이루는 인간인가봅니다.

 

그렇게 딸아이까지 3명의 가족 여행이 결정됩니다.

 

몇 번째 날 밤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어느 가게에서 먹기위해 밤에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타코? 가게였던거 같은데. 

 

한국과는 다르게 괌의 가게들은 일찍 문을 닫습니다. 24시 같은건 아마 괌 전체에 있을까 싶네요. 그런데 찾아간 타코가게는 다른 가게들보다 비교적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괌은 정말 한국인 관광객이 길에 치일 듯이 많은 곳인데 이 가게는 그렇지 않더라구요. 동양인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이었죠.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도 많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기자 명단을 적는 곳이 있었는데 혹시나 마감 시간에 짤릴까봐 우리가 이용 가능한지를 물어봐야 했습니다.

 

지나가는 여자 종업원에게 물으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기다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름은 적어놨는데 혹시 마감시간이 지나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을 다시 물어봤습니다. 대기 순번이 7번이었어요. 정확합니다. 굉장히 짜증이 났었거든요. 그랬는데도 대기자 명단에 적고 나가서 기다리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미간에 주름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검은 뿔테 안경을 낀 미간에 주름이 정확히 보였죠. 하... 진짜 이때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저는 보통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원인을 스스로에게 먼저 묻는데 이 때 든 생각이 혹시 내 영어 회화 실력이 문제가 있는가 혹은 내가 무례했는가 였습니다. 근데 둘다 아닙니다. 여행하는 동안에 이러한 문제들로 종업원과 감정 싸움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바쁜데 말이 느린 여행객이 질문을 하는게 종업원 입장에서 피곤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당시에 저는 그렇지 않았죠. 나도 지금 짜증이 엄청 나거든 새끼야. 내 가게 직원이었으면 친절 근무 계약 위반으로 해고야 임마. 뭐 그런 느낌이었어요. 더 짜증이 나는건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뛰어넘는 유창한 영어 회화 실력을 가졌으면 그 자리에서 그런식으로 굴지 못하게 대화를 시도했을텐데... 하... 여러모로 짜증이 났습니다.

 

어쨎든 가게를 나와서 와이프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 하고 우리는 포장을 해서 숙소에서 먹기로 합의를 봅니다. 그런데 아직 문제가 남았죠. 그 직원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죠. 안을 살펴보니 가게 안쪽에 위치한 주방 바로 옆에는 다른 남자 직원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목표는 더 이상 감정 상하지 않고 포장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곧장 가게 안을 가로질러 남자 직원이 있는 곳까지 향했습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은 썼지만 포장을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대기자 명단과 상관 없이 음식을 먼저 주겠다고 말하더군요. 그렇지. 일은 이렇게 해야지. 와이프한테는 2불이라 했지만 사실 팁을 5불 줬습니다. ㅋㅋㅋ .굉장히 밝게 웃더라구요. 음식도 엄청 따뜻한 상태로 나왔습니다. 저는 팁 문화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는 여행에 가서 인내심을 기릅니다. 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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