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문계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떠오르는 썰이 있어서 하나 풀어본다.
인문계가 다 그렇듯이 어떤 날에는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지쳐있는 그런 날이 있다.
반 분위기는 축 쳐져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한 친구가 나에게 왔다.
이 친구는 외모가 귀여운 남자인데 외모랑 다르게 운동을 좋아하는 그런 친구였다.
"야 이따가 점심시간에 옆반이랑 축구할래?"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보통 그 당시의 나는 이미지가 뭘 부탁하면 다 알겠다고 하는 예스맨이었던 것 같다. 거기다 옆 반에 가서 한 명을 붙잡고 점심 시간에 축구할테니 사람 모아달라고 말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두 수업이 더 끝나고 점심 시간이 되었는데 또 다른 한 친구가 다가왔다.
이 친구는 굉장히 특이한데 학교에서는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 이건 그럴 수 있는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이한 점은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운동을 어마어마하게 했다. 인문계 고등학생이 방과 후에 체육관을 두 곳이나 다녔었다. 복싱이랑 무에타이였나? 유도였나? 여튼 그랬다. 그리고 심지어 키가 180을 넘어가고 체중도 110키로 가까이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뱃살 따위는 없는 그런 친구였는데 이 친구 덕에 소위말하는 일진무리들은 반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애초에 개겨볼 생각이 들 수 없는 육체적으로 그냥 압도적인 강자였으니. 공부 열심히해, 운동 열심히해, 착해 참 부모는 좋겠다.
여튼 이 쇳덩이 같은 놈이 점심 시간이 시작되자 나한테 와서는 하는 말이
"야 졸려 죽겠다. 농구하러 가자."
ㅋㅋㅋㅋ 이 타이밍에 귀염둥이 친구가 해맑은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ㅋㅋㅋㅋ
제목을 냥아치로 지은건 내가 냥아치 같아서이다.
나는 귀염둥이 친구에게 대뜸
"야, 쇳덩이가 농구 하자는데 니 설마 축구하려고? 진심이가?"
순간 내 앞의 쇳덩이와 귀염둥이는 서로를 처다보면서 당황했다. 나는 혼자 재밌었다.
"어...어 그래 농구하러 가자."
귀염둥이 친구는 귀여웠다.
쇳덩이 친구는 당황해서 날 보며 말했다.
"야 니 왜 그러는데 뭔데 이거..."
쇳덩이 친구는 저렇게 미안해하는 착하기도 한 친구다. ㅋㅋㅋ
나는 귀염둥이 친구를 포함해서 축구 인원 전부 농구하러 가면 된다고 말했고 옆 반에 가서 쇳덩이를 팔아 먹으며 니들끼리 축구하라고 했다.
옆 반 애들도 다들 어 그래 알겠어 하더라 ㅋㅋㅋ
농구가 재밌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
얘들아 간간히 너희 소식 듣고있어. 내 고등학교 동문들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더라. 기회되면 다음에 농구나 한 판 조지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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